인스타그램 성공에서 엿보는 모바일 시대의 콘텐츠 문법

인스타그램의 탄생과 성장

대학을 졸업 후 2년동안 구글에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몸담았던 케빈 시스트롬은, 구글을 떠나 넥스트스탑이라는 스타트업에 입사합니다. 그가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는 마케팅이었지만 케빈은 회사 주 업무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가 낸 주요 아이디어는 HTML5 만으로 만들어진 작고 유용한 게임이었는데, 직관적이고 단순한 느낌을 위해 ‘꼭 정사각형이어야 한다’ 는 철학이 담겨있었죠. Burbn 이라고 불린 이 응용프로그램은 단순한만큼 많은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 새로운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절친 개발자였던 마크 크리거와 해당 프로그램에 더 다양한 기능을 넣게 되었죠. 위치 기록 체크인 기능이라든지 다른 유저와 간편하게 사진을 주고 받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둘은 애플리케이션이 모바일에 특화되는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다시 모든 기능들을 아이폰 용 앱으로 바꿔 나간뒤 결국은 어떤 사진이 되었든 정사각형 크기에 맞춰서 사용자가 쉽게 잘라 게시하는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2010년 10월 아이폰 앱스토어에 모습을 드러낸 인스타그램은 두달동안 100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들이며 인기앱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은 빠르면서도 유연하게 모바일 커뮤니티 앱으로 진화했습니다. 다시 1년이 지나는 동안 해시태그 기능이 생겨나는가 하면 고해상도 이미지 옵션이 추가되는 등, 커뮤니티 서비스로서의 역할과 사진 관련 앱으로서의 장점을 계속 가져가며 해당 분야에서 가장 독특한 앱으로 자리잡게 되었죠.

개발 초기 안드리센 호로비츠 같은 투자기업에서 받았던 50만달러의 창업자금은 곧 불어나 런칭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트위터, 쿠오라 등의 창업자에게서 7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 페이스북이 10억달러에 인수하여 지금은 페이스북의 자회사로서 독립운영을 하고 있죠.

인스타그램, 인기의 비결

스마트폰과 그에 딸린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사 중 많은 부분은 얼마나 사진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지 또 그 사진을 어떻게 잘 전시할 수 있는지였는데요.

같은 아이폰이라고 해도 어떤 앱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진의 품질은 천차만별이었고 더군다나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보기 좋은 형태로 깔끔하게 게시할만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혜성같이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아이폰 뿐 아니라 더 다양한 기종의 안드로이드 사용자들까지 직접 인스타그램 앱으로 사진을 찍든, 찍어둔 사진을 인스타그램 앱으로 불러들이든 간에 이미지를 품질 열화없이 정사각형으로 깔끔하게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했죠.

그리고 그 사진들을 인스타그램 앱을 통해 가입한 각자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친구를 맺거나 친구의 친구가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누른 경우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그 화제성을 잘 모으기 위해 도입한 해시태그 시스템은 곧 인스타그램의 두번째 특징이자 장점이 되었을 정도로 다양한 관심사를 해시태그를 통해 표현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비해 더 쉽고 간단하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관심사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공공성의 뉴스나 긴 길이의 글이 아닌 각자의 사진으로 그렇게 만들었죠.

소셜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는 어떻게 소비되는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아이폰 런칭 이후 2년만에 8천만명을 돌파한 것도 기록적이었지만, 다시 2년이 지나자 3억명을 넘어섰고 2016년 6월 현재 5억명의 이용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후발주자였던 인스타그램이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을 제치고 이토록 성장해나갈 수 있었을까요? 그 답은 텍스트가 아닌 비주얼이라는데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가 과거 통신수단이자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로 충분히 완성되어있던 피처폰을 누른 것도 점점 커져간 디스플레이와 그에 걸맞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더군다나 단순하게 뭔가를 제공받는 시대로부터 소비자 각자가 생산자가 되기도 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는 화면과 인터페이스에 걸맞는 비주얼 콘텐츠가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글을 읽고 맥락을 파악하거나 동의하고 의견을 내세우는 것보다 사진과 영상을 쉽게 만들어 등록하고 대인관계를 구축해나가게 되는 것이죠.

해시태그는 그런 비주얼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기술수단이 되었습니다. 비주얼콘텐츠가 아무리 잘 게시되어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를 게시물의 제목이나 댓글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화제성을 쫓기도 어렵고 너무나 많은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눈에 띄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죠.

그러나 해시태그는 짧은 단어든 문장이든 간에 #기호 하나를 붙이는 것만으로 그 콘텐츠들을 사용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었고 그것만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쫓는 콘텐츠의 방향은 ‘읽는 것’ 에서 ‘보는 것’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이 내세우는 사진과 영상의 단순해 보이는 정사각형 게시와 해시태그는 그런 소비자들의 소비지향은 물론 소비를 넘어서 창작자가 되고 싶어하는 모두에게 알맞는 방향성을 갖추고 있죠.

인스타그램에서의 브랜드 활용

다년간 사진으로 그 정체성을 보여주었던 인스타그램은 최근 들어서 영상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인스타그램이 선보인 하이퍼랩스는 그런 영상 기능을 보다 특화시켜 긴시간동안 일어난 일을 빠르게 재생시켜 보여주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안에 보여주고 퍼뜨려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북미 방송국 NBC 의 투데이쇼(2016년 8월 18일 현재 올림픽에 관련된 콘텐츠가 눈에 띄는 투데이쇼)는 올드 미디어로서의 이미지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기존의 방송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였다면, 투데이쇼는 인스타그램에서 보다 많은 대중들의 영상과 이미지를 소개하는데 애씁니다.

미디어 매체로서의 장점을 자사 브랜드의 직접적인 소개에 힘쓰기보다 일반 대중들이 지금 관심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같은 위치, 같은 시선에서 영상을 공유하고 퍼뜨리는 것이죠. 그리고 그 관련 해시태그를 점유함으로서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리는데 무척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브랜드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닌 청중이 직접 만든 콘텐츠가 효과를 보이는 것은 비단 인스타그램에서만의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비주얼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 불명확성을 장점으로서 활용해나가는 것이 하나의 열쇠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