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을 큐레이션하라”

커머스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을 계속 구매하거나, 자연스럽게 추천되는 콘텐츠를 보느라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머물렀던 기억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공되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들 덕분입니다.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고 무엇인가를 선택하기 어려운 시대에, 현명하고 빠른 소비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서비스임이 틀림없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디지털 시대에 더욱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큐레이션 기능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취향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세

큐레이션은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두에게 제공하지 않고, 특정 타깃 고객의 취향이나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엄선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여 고객 경험과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접촉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최신의 트렌드 역시 큐레이션 개념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특정 전문가들에게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빅테이터와 인공지능(AI) 같은 디지털 기술들과 합쳐지면서 개인 맞춤화를 특징으로 하는 큐레이터로서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패션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스티치픽스 (이미지 출처: StitchFix)>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스포티파이(Spotify), 넷플릭스(Neflix), 스티치픽스(Stichfix)’ 등의 브랜드들이 음악, 영화, 패션 분야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우리 나라 역시 ‘마켓컬리, 퍼블리’ 등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화제가 되고 있으며 독립 책방이 유행하고 ‘베어(Bear), 볼드 저널(Bold Journal)’ 등 취향 기반의 매거진이 꾸준하게 창간되고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들은 단순히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를 넘어 시장에서 유의미한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창업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스티치픽스는 1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마켓컬리 역시 수천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고 기업 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큐레이션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들은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사업의 본질을 찾는 데에 집중합니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충실하게 챙기면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자본 등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는 브랜드들의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하고 소수 핵심 타깃층을 활용한 입소문 만들기에 주력합니다. 또한 디지털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데 있어서 빅테이터와 데이터마이닝 등의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역시 철저하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취향 기반 큐레이션

그렇다면 많은 고객들이 브랜드의 큐레이션 서비스에 관심 갖고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정보 과잉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개인의 노력으로 제품의 성분이나 원산지, 스토리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과도한 정보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쉬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빠르고 편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춘, 엄선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사람들의 일상은 더더욱 바빠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과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주문하고 배송받는 것이 가능해진 것처럼 사람들은 끊임없이 편리함을 찾았고, 일일이 선택하고 주문하는 것보다 나의 취향을 잘 아는 누군가의 선택을 믿고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제품의 구매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졌습니다. 과거에는 범용적으로 대량 생산된 제품을 습관적으로 소비하던 것에서 내가 소비하는 것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만들었는지가 가격이나 디자인 못지 않게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어떠한 브랜드를 사용하는지가 곧 그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취향을 반영한 소비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큐레이션 중심의 브랜드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특히 고객의 니즈와 취향을 파악하여 그에 맞게 선택의 폭을 줄이거나 제약하면서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제공했던 큐레이터로서의 브랜드의 영향력은 점차 커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브랜드의 크기와 상관없이 ‘작게 시작하여 디테일을 챙기고, 명확한 타겟 소비자에게 스토리와 콘텐츠로 공감을 얻어라’라는 브랜드의 성공 노하우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저자인 우승우씨는 <창업가의 브랜딩>의 저자이자 브랜드 컨설턴트로, 현재 더.워터멜론의 공동 CEO/공동창업자입니다. 콘텐츠 스타트업인 72초TV의 CBO, KFC Korea의 CMO,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의 수석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