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의 전성시대
‘요괴라면’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름도 요상한 이 정체불명의 라면은 등장과 동시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공중파 TV의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까지 소개되었습니다. 국물떡볶이맛, 봉골레맛, 크림크림맛 등의 색다른 맛은 물론, 판매 방법이나 유통 채널 역시 기존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 요괴라면은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7만여 개의 판매고를 올렸는데요. 주목할만한 점은, 이 라면이 패션 디자이너, 인테리어 전문가, 외식업계 대표 등 라면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크리에이터들로 이루어진 ‘옥토끼 프로젝트’라는 그룹이 만든 스몰 브랜드라는 것입니다.
마켓 내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는 스몰 브랜드
최근 기존 방식과는 달리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에 주목하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식음료 분야는 물론 패션, IT 등 산업 전반적으로 스몰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값비싼 명품보다는 내 스타일에 맞는 브랜드를 찾고, 인기 있는 관광지보다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스물 브랜드의 인기는 앞서 언급한 요괴라면과 같은 유형의 상품이나 성수동 대림창고와 같은 오프라인 공간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나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환경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 매운볶음맛, 봉골레맛 등 독특한 맛이 특징인 요괴라면 (이미지 출처: 요괴라면) >
사실 이러한 스몰 브랜드들은 기존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스몰 브랜드들이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산업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면, 최근 스몰 브랜드들은 마켓 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때는 트렌드에 민감한 소수의 사람들만 선택했던 스몰 브랜드가 괜찮은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마트보다 마켓컬리에서 물건을 사고,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대신 프릳츠(fritz)의 빵과 커피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스몰 브랜드, 소비자의 취향과 니즈를 최적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스몰 브랜드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트렌드의 변화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중요해지고, 브랜드에 대한 경험 역시 그 어떤 때보다 다양해진 요즘 시대에 남들과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하는 전통적인 브랜딩 방식보다 타깃 고객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잘 녹여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접근하는 스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일상화된 소셜 미디어의 확산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이제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유통 채널이자 판매 채널입니다. 또한 그것을 통해 브랜드의 우호적인 팬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요괴라면의 판매 방식도, 프릳츠 커피의 홍보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이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과거의 유통-마케팅 방식이 아니어도, 스몰 브랜드 스스로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경험하는 제품의 퀄리티입니다. 과거에는 스몰 브랜드의 제품 및 서비스 퀄리티가 대기업보다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는 스몰 브랜드들의 경우,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고,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거쳐 높은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스몰 브랜드만의 철학과 진정성을 더하여, 시장 내 브랜드 차별성을 점점 더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객의 니즈와 취향에 최적화된 스몰 브랜드는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스타트업이나 개인 크리에이터는 물론 대기업 역시 적극적으로 스몰브랜드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마케터들은 ‘작게 시작하여 디테일을 챙기고, 명확한 타깃에게 스토리와 콘텐츠로 공감을 얻는’ 스몰 브랜드의 성공 노하우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작은 것이 더 아름답고, 작은 것이 더 강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기고한 우승우씨는 <창업가의 브랜딩>의 저자이자 브랜드 컨설턴트로, 현재 더.워터멜론의 공동CEO/공동창업자입니다. 콘텐츠 스타트업인 72초TV의 CBO, KFC Korea의 CMO, 인터브랜드 한국법인의 수석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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