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사더라도 가치 있게!” 착한 소비와 코즈 마케팅
“더 이상 쓰레기를 사고 싶지 않다”라는 구호가 세계 각국으로 번져, 마침내 지난 7월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바로 불필요한 포장재를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버리고 가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캠페인 이야기인데요. 영국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의 바람을 타고 유럽 지역 국가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캠페인이 환경 단체나 비영리 단체가 아닌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확산되었고, 이를 통해 실제로 유통업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당연하게 여겨져 온 기존의 소비 양식에 과감히 물음표를 던지며, 그 어느 때보다 능동적으로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이를 마케팅에 결합하는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데요. 오늘 이 글에서는, 소비에 윤리적 가치를 부여한 코즈 마케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코즈 마케팅, 소비에 윤리적인 가치를 부여하다
코즈 마케팅이란 대의명분을 뜻하는 코즈(Cause)와 마케팅(Marketing)이 결합된 용어로, 사회적∙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며 동시에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온 기업들은 과거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코즈 마케팅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의 소비 행위가 초래하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맞닥뜨려왔는데요. 나날이 극심해지는 이상 기후, 노동 착취, 동물 실험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마주하면서 높아진 경각심은 소비에서의 윤리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죠.
자신의 소비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인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비 방식을 직접 선택하고 행동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의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장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zerowaste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60만여 건, #plasticfree 해시태그가 65만여 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경 분야에만 그치지 않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브랜드만 사용하는 것부터 육류를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비건 채식까지, 동물을 보호하는 움직임의 대명사로 쓰이는 #crueltyfree는 무려 960만여 건의 게시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보건, 빈곤, 기아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 해결을 위해 소비자들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Nielsen이 실행한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56%의 소비자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밀레니얼의 10명 중 9명이 사회적 명분을 가진 브랜드로 구매 의사를 전환할 의사가 있다고 보고하기도 있습니다. 과시를 위한 소비보다는 착한 소비, 개념 있는 소비를 지향하면서 돈을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윤리적 신념과 일치하는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 것이죠. 그러니 이제는 단순히 착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직접적인 매출 증대 차원에서도 코즈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착한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사회적 기업들
소비자들의 이러한 도덕적인 움직임을 빠르게 눈치챈 기업들은 선한 심리를 자극하는 코즈마케팅을 이어가며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의 만족감, 사회를 위한 공헌까지 챙기며 일석삼조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 지구 사랑을 실천하는 기업
환경 운동가에 의해 설립된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2011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뉴욕타임즈에 파격적인 광고를 내놓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상 최대의 세일이 열리는 기간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 라는 광고를 게재하며, 꼭 필요한 옷이 아니면 사지 말라는 다소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어서 2014년 11월의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낡은 옷도 고쳐 입자는 원 웨어(Worn Wear) 캠페인을 시작해,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에 파타고니아를 검색하면 중고품이 먼저 나오게 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중고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습니다. 영상을 통해 해진 옷을 고쳐 입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 이 캠페인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낡은 옷을 고쳐입도록 권유하는 파타고니아의 Worn Wear 캠페인>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광고와 캠페인은 놀랍게도 소비자의 심리를 관통했습니다. 단순히 사지 말라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에서 그쳤다면 잠깐의 이슈에 그쳤겠지만, 파타고니아는 몸소 친환경주의 행보를 보이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의 면모를 소비자들에게 전했습니다.
또한, 지구를 위해 내는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매출의 1%를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하기 시작한 1985년부터 지금까지, 환경 단체 지원을 위해 기부한 금액만 약 8,9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환경 보전에 힘써왔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이 유별난 지구 사랑을 이해하고 그들의 가치에 동조하는 소비자들은 ‘사지 말라’는 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소비함으로써 브랜드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더바디샵: 모두의 공존을 생각하는 윤리적 기업
더바디샵(The** body shop)**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동물 실험 반대를 비롯해, 커뮤니티 트레이드 지원, 자아 존중 고취, 인권 보호, 지구 보호라는 5가지 기업 이념 아래 일명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기업의 윤리적인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지 않던 알로에 베라, 티트리, 코코아 버터 등 천연 원료를 화장품 분야로 들여오면서 자연주의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던 더바디샵. 전 세계를 둘러싼 크고 작은 사회 문제에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나서는 더바디샵은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알리는 한편, 에이즈 예방, 성매매 금지, 난민 보호, 가정 폭력 반대 등의 인권 존중을 위한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앞장 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더바디샵>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동물 실험을 전면 금지하고자 800만 서명을 모아 UN 총회에 제출하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해 마침내 2018년 8월 31일, 800만 서명을 달성하면서 소비자의 행동을 촉구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를 자축하는 의미로 진행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캠페인 #ForeverAgainstAnimalTesting은 현재까지 4만 2천여 건의 게시물을 기록하며, 더 많은 소비자에게 행동하는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착한 소비자를 사로잡는 코즈 마케팅 전략
결론적으로,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는 구매 행동과 브랜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착한 소비 트렌드는 이미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소비자는 더욱 의식 있는 소비자로, 기업은 더욱 행동하는 기업으로 변모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지금, 우리는 어떤 마케팅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요?
기업 활동과 관련 있는 가치를 찾아 장기적으로 진행하라
무엇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비전, 가치, 이념과 관련된 대의를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과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그 자체를 위한 진정성 있는 활동임을 설득해야 합니다. 소개된 파타고니아 사례와 같이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야겠지요.
이때, 단기적인 효과를 얻으려고 하지는 마세요.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과 달리,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고정적으로 인식되기까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위의 두 브랜드 모두 수십 년간 장기적으로 브랜드 활동을 이어왔고, 지속적인 활동 끝에 마침내 소비자에게 착한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가능한 한 열심히 알려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기업의 좋은 활동을 널리 알리세요.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동시에 ‘착한 행동’에도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구매 만족도를 극대화하려면 캠페인과 광고를 통해 기업 활동을 더 많이 알리세요. 동시에 착한 이미지를 강화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더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보세요. 여기에 더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얻은 결과를 눈에 보이는 수치로 증명하며 보여주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돈보다는 가치를, 나보다는 남을 더 생각하는 소비 방식. 공존과 상생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착한 소비는 잠깐의 트렌드가 아닌 기업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마케터라면 지금부터 모두를 위한 능동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