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에서 분석까지 모두 인공지능으로? AI와 콘텐츠 마케팅의 미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력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Forrester)가 최근 미국과 서유럽에 걸쳐 433명의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AI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도 하지요.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로, 챗봇을 활용한 상담부터 고객 세분화 및 예측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인공지능이 콘텐츠 마케팅 전략과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기업이 콘텐츠 마케팅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예상 효과와 영향력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제작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

몇 해 전 뉴욕타임즈에서 흥미로운 퀴즈를 진행했습니다. “Did a Human or a Computer Write This? (이 기사를 쓴 주인공은 카피라이터일까 컴퓨터일까?)”라는 내용의 기사인데요, 여러분도 아래의 스포츠 기사 도입부를 읽어보고 누가 쓴 글인지 맞춰 보세요.

“Tuesday was a great day for W. Roberts, as the junior pitcher threw a perfect game to carry Virginia to a 2-0 victory over George Washington at Davenport Field. (W. 로버츠에게 화요일은 최고의 하루였다. 데이븐포트 구장에서 진행된 조지워싱턴팀과의 경기에서, 같은 팀 주니어 투수의 완벽한 마무리로 버지니아팀이 2:0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현재 소비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중 상당 수는 인공지능을 통해 제작된 것입니다. 특히 대량의 뉴스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노출과 사이트 유입을 확보하고자 하는 뉴스 매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을 시작해 왔습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첫 단계는 비교적 짧고 직접적인 정보 전달형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뉴스로 따지면 주식 정보, 기업 실적,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쯤 되면 예상하셨겠지만, 위에서 인용한 스포츠 기사 역시 100%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일련의 객관적 정보와 수치 데이터를 처리해 읽을 수 있는 콘텐츠의 형태로 생산해낸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포브스, AP통신 등의 기업에서도 위와 같은 방식의 뉴스 생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이 자체 개발한 ‘AI 기자’인 헬리오그래프(Heliograf)를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경기 스코어나 선수 기록 등의 간단한 기사를 실시간 속보로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헬리오그래프를 통해 1년 간 약 850건의 기사를 발행했는데, 그 중 선거 기간 동안 생산된 500여 건의 기사는 50만 회 이상의 기사 클릭을 이뤄내며 조회수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AI 제작 콘텐츠의 한계 이해하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마케터와 콘텐츠 제작자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일반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용적 부담이 있을 뿐 아니라, 아직 온전히 인공지능에 의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시기상조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디자인 작업이든 카피라이팅 작업이든 콘텐츠 제작을 자동화하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데이터 세트와 잘 설계된 콘텐츠 템플릿이 필요한데, 이는 바로 인간에 의해 제작되는 것이죠. 또한, 인공지능이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주제나 유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콘텐츠 제작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이 아니라, 주로 정보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부 콘텐츠에 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금융, 커머스, 스포츠 중계 등과 같은 분야가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콘텐츠 제작의 사전 단계에서,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주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은 더 큽니다. 즉, 인공지능을 통해 산발적으로 흩어진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해 1차적으로 가공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는 활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AI는 콘텐츠 마케터의 성실한 조력자

그러므로 AI를 콘텐츠 마케터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적으로 여기기보다, 반대로 마케터의 작업 효율을 높여주는 조력자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AI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콘텐츠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고 있는데요.

먼저, 콘텐츠 마케터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AI를 콘텐츠 마케팅에 잘 활용할 경우, 단순하거나 지루하지만 물리적으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자라면 100가지 버전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지칠 수 있어도, 기계라면 아무런 불평없이 동일한 속도와 효율로 100번째 콘텐츠까지 작업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Adobe Experience Manager)의 시니어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인 엘리엇 세데가(Elliott Sedegah)는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을 더욱 빠른 속도로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만드는 데는 AI의 도움이 필수가 되고 있다. 창조적인 업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마케터들을 방해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 함으로써, 마케터들은 인사이트를 도출하거나 창의성을 요하는 업무에 보다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한편, 마이크로타겟팅을 통해 어떤 정보가 어떤 고객에게 적합할지 예측하여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인공지능이 가져다 준 혜택입니다. 이는 연령, 성별, 거주 지역, 소득수준, 개인적 관심사, 접속 기기, 접속 시간대 등 수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마케터들은 고객 데이터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깨달음과 동시에,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고 자동화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운동을 좋아하는 30~40대 여성” 대신 “마라톤보다 필라테스를 선호하는 30~40대 여성”이라는 상세 타겟팅이 가능해질수록, 마케터들은 해당 고객에게 더욱 유의미한 콘텐츠를 연결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개인화 경험은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고객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마케팅 퍼널(Marketing Funnel, 고객이 유입되어 전환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확인하고 분석하는 마케팅 방법론)의 어느 단계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잠재 고객을 최종 전환(conversion)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마케터가 어떤 최적화된 콘텐츠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인공지능으로 인해 기업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ROI는 향상시킬 수 있게 됩니다.

AI와 함께하는 콘텐츠 마케팅의 미래

지금까지는 키워드 분석, 주제 선정, 콘텐츠 제작 및 배포에 이르는 콘텐츠 마케팅 대부분의 과정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했으나 새로운 기술은 이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공지능과의 통합이 진행될수록 마케터들은 더 깊은 인사이트와 정확한 결과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이를 통해 콘텐츠 마케터들은 점차 반복적인 단순 업무로부터 해방되고,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되는 좀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