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산업,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법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여러 산업 분야 중에서도 한 걸음 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곳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거나, 금융 거래를 진행하는데 익숙해지기에 앞서, 미디어 업계가 생산한 콘텐츠를 디지털 상에서 소비하는 현상이 먼저 보편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신문을 구독하는 대신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 앱을 열어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고, DVD를 대여하는 대신 스마트 TV를 통해 좋아하는 TV 시리즈를 시청하며, 요리책을 구매하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레시피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미디어 산업의 디지털화가 이미 당연한 현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디어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양상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 사례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미디어 산업의 지각 변동을 이끄는 요소들
미디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각 변동은 소비자 행동의 변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테크놀로지의 변화 등 다양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기대와 행동의 변화: 오늘날의 미디어 콘텐츠 소비자, 그 중에서도 젊은 세대일수록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접하여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디바이스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신규 플랫폼들이 급속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또한 기성 세대가 거주 지역에 국한된 콘텐츠 소비 습관을 보이는 것과 달리,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서는 다른 국가나 지역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지역의 경계 없는 콘텐츠 소비가 활발하다는 점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체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게 된 것이죠. 한편, IT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콘텐츠 유통과 제작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미디어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페이스북 ‘워치(Watch)’, 인스타그램 IGTV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기존의 TV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수행했던 역할에 도전하고 있는 등, 미디어의 역할이나 정의에 대한 경계가 전반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테크놀로지의 변화: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매니지먼트 기술은 미디어 기업에서 특히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제 미디어는 소비자들에게 단편적인 콘텐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둘러싼 경험과 맥락을 함께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죠. 미디어 기업은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을 통해 각 채널과 디바이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다시 각 소비자에게 연관성 높고 유의미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의 도움으로 자동화 되는 콘텐츠의 제작, 배포, 관리 시스템 역시 미디어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업계를 선도하는 미디어 기업들은 위와 같은 환경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 사례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개인화’를 바탕으로 급부상한 미디어 공룡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Netflix)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시청자 데이터를 심도 깊게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프로덕트 이노베이션 부문의 부사장인 토드 옐린(Todd Yellin)이 과거의 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에서 시청되는 콘텐츠의 80%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직접 검색에 의한 시청은 20% 내외라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로, 넷플릭스의 ‘개인화’는 기업의 핵심역량이자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을 한 눈에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즉 썸네일 이미지의 노출 방식에도 알고리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과거 시청 이력과 취향을 분석해 영상의 클릭율을 높일 수 있는 썸네일을 맞춤형으로 노출하는 것인데요. 넷플릭스 테크 블로그에서는 영화 <펄프픽션(Pulp Fiction)>을 예로 들며, 등장인물에 대한 개인별 선호도의 차이가 노출되는 콘텐츠 썸네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그 동안 배우 우마 서먼이 등장한 영화를 많이 시청한 회원은 우마 서먼이 등장하는 포스터 썸네일을, 배우 존 트라볼타의 영화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시청한 회원은 반대로 존 트라볼타가 등장하는 포스터 썸네일을 제작해 노출시키는 방식입니다.
<넷플릭스가 과거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클릭 가능성 높은 썸네일을 노출하는 방식 (출처: 넷플릭스 테크블로그)
넷플릭스가 이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을 플랫폼 내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하여 콘텐츠 소비 시간을 늘리고, 구독 해지율은 최소화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성장을 달성하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경영진들에 의해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화 및 추천 서비스를 통한 복합적인 효과로 2015년에 이미 연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넷플릭스가 향후 새로운 콘텐츠의 구매를 결정하거나 자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충분한 시청률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콘텐츠에 대한 건강한 투자로 이어진 것입니다.
텔레그래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 전통 미디어
미디어 기업의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가 반드시 처음부터 디지털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신생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혁신을 내재화하여 업계의 위기 상황을 반전시킨 전통 미디어(TV, 신문, 라디오 등)도 존재하는데요. 1855년 창간 이래 오늘날까지 가장 인기있는 뉴스 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의 텔레그래프 미디어 그룹(Telegraph Media Group)이 그 예입니다.
인쇄 미디어의 하향세에 따라 급감하는 구독자 수와 줄어드는 광고 수익은 모든 신문 의 고민거리였는데요. 이는 콘텐츠를 전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텔레그래프 미디어 그룹은 1994년에 신문사 최초로 웹사이트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모바일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혼합 미디어 비즈니스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해왔습니다.
특히 텔레그래프의 성공을 가속화시킨 데는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Adobe Experience Cloud)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내 포함된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링크, 추천 사항, 페이지 디자인 등을 최적화하며 독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한편 어도비 캠페인(Adobe Campaign)을 이용해 관심사 및 온라인 행동을 기반으로 독자층을 세분화하고 보다 연관성이 높은 콘텐츠, 즉 독자의 관심사가 반영된 뉴스 콘텐츠와 프로모션 정보를 이메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세분화된 독자층 정보를 광고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향상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많은 인쇄 매체들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중에도 Telegraph.co.uk는 월 평균 1억 명 이상의 구독자가 방문하며 오늘날까지 굳건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Adobe 고객 성공 사례: Telegraph Media Group
디지털 혁신은 모두의 과제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디어 산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 많은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데요. 이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할수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지금의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룰 것인지에 따라, 향후 5~10년 내 미디어 업계의 판도는 또 한 번 크게 달라져 있을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