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디지털로 밀레니얼 세대를 껴안다

각 산업별로 디지털 혁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럭셔리 브랜드는 특히 변화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디지털을 통한 제품 정보 습득과 구매 채널로의 접근이 용이해 졌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에게는 여전히 특정 소수층에만 제공되는 제한된 접근성과 독점성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최근 들어 럭셔리 브랜드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저성장을 겪으며,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접근법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에게 디지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명품 소비 시장의 세대 전환에 있습니다. 경영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Company)의 리포트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그를 잇는 Z 세대 소비자가 현재 명품 소비 시장의 30%를 구성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2017년 한 해 동안 전세계 명품 시장 성장의 85%를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주로 기성 세대의 소비력을 동력으로 성장했던 기존의 명품 소비 시장에 지각 변동이 시작된 것이죠. 또한 2018년 초 발행된 맥킨지 리포트에서는 오늘날 명품 소비의 80%가 디지털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2025년까지 럭셔리 브랜드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740억 파운드(한화로 약 100조)가 온라인을 통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과제는 디지털 경험을 개선하여 새로운 소비자 세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포용하면서 성공적인 변화를 거두고 있는지 다양한 브랜드 사례를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구찌, 럭셔리 브랜드 혁신의 선두주자

“What’s Gucci? (요즘 어때, 잘 지내?)“나 “That’s Gucci! (그거 좋네, 멋지네)”라는 신세대 용어가 나올 만큼 구찌(Gucci)는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이자, ‘멋진 것’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이 브랜드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매출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2015년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지휘 아래 구찌는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를 넘어 회사 경영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데요. 구찌는 젊은 세대에게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 디자인을 탈피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브랜드로 변화를 추구하여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구찌는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에서 선정한 ‘2018년 50대 혁신 기업’과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에서 선정하는 ‘2018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브랜드 매출 중 절반 가량이 밀레니얼 세대를 통해 이뤄진다고 알려질 만큼 젊은 브랜드로의 변신에도 성공했습니다.

한편, 구찌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르네상스 미술 및 현대 미술을 다양한 패턴이나 콜라주 형식으로 제품에 적용했던 구찌는, 2018년 S/S캠페인의 일환인 ‘구찌 상상의 세계(Gucci Hallucination)’에서 이러한 예술적 접근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했습니다. 바로 스페인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이 르네상스 풍으로 완성한 70여 종의 패션 아트워크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방식으로 선보인 것이죠.

<VR 및 AR 등의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Gucci Hallucination 캠페인 소개 영상>

지정된 52개의 구찌 매장에서는 몬레알의 아트워크를 티켓 형태로 제공하고, 매장 내 VR 기기를 통해 캠페인 아트워크를 360도 파노라마 형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스캔 가능한 스티커 형태의 광고를 매장 쇼윈도에 부착해, 스캔 코드를 구찌 앱에서 실행하면 아트워크를 증강현실 속에서 체험할 수 있게 했죠. 이렇듯 얼핏 명품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을 새로운 소비자 경험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구찌의 진취적인 행보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에도 변화와 도전의 메시지를 전하며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매월 17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버버리의 이커머스 전략

<한 달에 딱 하루만 온라인 한정 판매되는 버버리의 ‘드롭’ 시스템 (사진출처: 버버리 공식 인스타그램)>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이커머스 도입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브랜드의 품격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이커머스의 편리성보다는 오프라인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로 인해 디지털 상에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수요와 럭셔리 브랜드들의 디지털 서비스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버버리(Burberry)의 행보는 파격적인데요. 지난 해 버버리는 새로운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를 임명했습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의 우아함과 스트리트 패션의 모던함을 조화롭게 접목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디자이너이자 럭셔리 브랜드 이커머스의 새로운 장을 연 장본인입니다.

버버리는 젊은 신규 고객층의 유입을 위해 브랜드 로고를 리뉴얼하고 스트리트 패션을 강조한 의상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주로 스트리트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롭(drop)’ 이라는 판매 방식도 시도했습니다. 드롭이란 소량의 제품에 대한 판매 계획을 주로 온라인을 통해 갑자기 공개하는 방식인데요. 버버리는 2018년 10월부터 한 달에 한 번 매월 17일 신상품 비 시리즈(B Series)를 한정 판매하기 시작하고, 이를 버버리 공식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위챗, 라인 등 소셜 미디어로 알리고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가 이와 같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이커머스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에 분명하나, 이를 통해 앞으로 버버리가 어떠한 방향으로 브랜드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 나갈지 주목됩니다.

샤넬의 올바른 소셜 미디어 활용법

럭셔리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이커머스 전략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서만큼은 과감한 시도를 아끼지 않으며 디지털 상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바로 샤넬(Chanel)입니다. 현재 샤넬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채널의 팔로워 수는 총 4천 6백만명에 이르는데요. 2017년 진행된 한 리서치에서 샤넬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브랜드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소셜 미디어의 높은 접근성은 럭셔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신비로움이나 희소성과는 상반되는 특성이죠. 샤넬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럭셔리 브랜드가 이 두 상반되는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감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샤넬의 소셜 미디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매거진 광고처럼 보일 정도로, 콘텐츠 하나를 올리더라도 일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구도와 스타일을 통해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면서도 샤넬은 그 어느 럭셔리 브랜드보다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유명 셀러브리티가 등장하는 캠페인 광고 영상 뿐 아니라,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 등 그 주제도 다양하며, 업로드할 영상 콘텐츠 타입을 구분하여 채널 별로 최적화된 동영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2017/18 F/W 시즌 컬렉션 패션쇼 홍보를 위해 샤넬은 파리 패션쇼 현장에 대형 모형 에펠탑을 설치했는데요. 이는 #ChanelTower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현장에 참석한 다양한 셀럽 및 인플루언서들의 참여를 통해 성공적인 바이럴 효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일주일 만에 #ChanelTower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된 인스타그램 콘텐츠는 1,700여 건이며, 그로 인해 1억 4천명에 도달되는 노출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샤넬은 각 소셜 미디어 채널별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멋진 고객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사실까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럭셔리 브랜드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이커머스, 소셜 미디어, 디지털 기술 활용 측면에서 다양하게 살펴봤습니다. 앞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의 생존 여부는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눈을 돌려 그들의 취향과 소비 성향에 맞는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는데요. 브랜드 고유의 색깔과 역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Old & New의 적절한 융합으로 디지털이 가져다 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너지를 증폭시킬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럭셔리 브랜드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지 모두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