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경험(CX)은 어떻게 리테일의 미래를 바꾸는가
역설적이게도 이제 리테일 업계는 판매 전략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성장이 궁극적인 목표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고객경험(CX)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죠. 2018년 가트너(Gartner)가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3분의 2 이상의 기업이 ‘상당 부분 또는 온전히 CX를 바탕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올해까지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도 81%에 달했는데요. 리테일 업계에서 이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 모두의 고객경험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어도비 블로그에서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의 트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에 소개할 다양한 변화의 양상들도 모두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될 수 있는데요. 모든 기업이 고객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혁신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경험의 디지털화
온라인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에 대한 통념이 허물어지며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던 소비자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가 가능했던 신선식품마저 이제는 온라인으로 간편히 주문하고 당일 배송으로 받아보는 시대가 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바로 매장 내 경험을 통해 온라인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적합한 제품을 구비하고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등의 기본 조건을 충족한다면, 소비자에게 오프라인 매장만큼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하기에 적합한 장소도 없으니까요.
나이키(Nike)는 체험형 매장의 운영에 앞장서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각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소재의 스니커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딱 맞는 사이즈의 스니커즈를 찾기 위해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발 사이즈를 측정해주는 서비스 등, 오프라인 매장을 다양한 디지털 경험으로 채워 넣고 있죠.
미국 월마트(Walmart)도 그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본디 오프라인 매장이 강점이었던 이 대형유통기업은 지난 수년 간 다양한 디지털화 계획을 통해 매장 내 경험을 간소화시키고 있습니다. 매장 내 선반에서 제품을 스캔하여 즉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월마트 페이(Walmart Pay)’ 앱이나 자동 키오스크 시스템 등을 통해 가능한 모든 매장 내 경험을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편, 유통업계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경쟁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도 새로운 형태의 구매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온오프라인 통합 구매 방식인 보피스(BOPIS)입니다. 보피스는 영어로 ‘바이(Buy) 온라인(Online) 픽업(Pick-up) 인(In) 스토어(Store)’의 줄임말로,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이 매력적인 전략에 많은 유통기업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다른 상품도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미국의 주택용품 유통업체 홈디포(Home Depot)의 경우, 온라인에서 발생한 매출의 50%가 오프라인 픽업을 통해 완성되며, 이러한 구매자들 중 20%는 매장에서 다른 상품들도 추가로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를 통해 지난해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의 온라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BOPIS 구매 방식이 한해 전에 비해 50% 가까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매 후 ‘라스트 마일’ 고객경험 관리의 중요성
구매 완료 이후의 배송 및 ‘라스트 마일’ 고객경험에 주목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란 기업과 고객 간의 마지막 접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라스트 마일에서의 고객 만족도는 기업과 고객의 향후 관계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한 예로, 빠른 배송 서비스는 구매 후의 고객경험을 결정 짓는 대표적 요소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아마존, 월마트, 타겟 등이 일제히 배송 스타트업이나 물류 기업을 인수하며 전지역 당일 배송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이커머스 강자들이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마켓컬리와 같은 새벽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신선식품을 수령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도 늘어났죠.
아마존의 ‘Photo On Delivery’ 프로그램처럼 배송된 제품을 직접 수령하지 못할 경우 어느 장소에 물건을 놓아두었는지 알려주는 것 역시 ‘라스트 마일’ 고객경험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서비스를 국내에서 경험한 적이 있지 않나요?
이처럼 기업들이 당장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구매 이후의 모든 디테일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는, 이러한 고객경험에서 눈에 띄어야 고객을 꾸준히 다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급부상하는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증강현실, 음성인식 등 리테일 업계의 고객경험을 완전히 재정의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연스러워진 AR 기술로 인해, 유통 기업들은 가상 메이크업, 가상 가구 배치 등 다양한 고객경험에 해당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온라인 안경유통업체 와비 파커(Warby Parker) 또한 AR 기술을 접목하여 소비자가 집에서든 이동 중이든 언제 어디서나 가상으로 안경을 착용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음성인식 기술 역시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애플의 시리(Siri), 아마존 알렉사(Alexa), 삼성전자의 빅스비(Bixby)까지, 최근 몇 년 간 기업들은 음성인식 서비스 개발에 막대한 기술 투자를 진행해왔고, 덕분에 사용자들도 음성 검색 서비스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 보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경우 36%가 이미 AI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고, AI 스피커 사용 소비자 중 20%는 음성 쇼핑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생활용품과 같은 저관여 상품일수록, 음성인식과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구매 주기와 주문 수량을 자동화함으로써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더 크게 열려있습니다.
매장 내의 경험을 보다 스마트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데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마존(Amazon)에서 선보인 자동 결제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의 경우, 컴퓨터 비전, 센서 퓨전(sensor fusion, 각종 센서 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 기술), 그리고 딥러닝 기술 등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선반에서 제품을 꺼내거나 다시 내려놓았을 때의 행동이 감지되고, 고객의 스마트폰 앱 내 가상의 장바구니에 상품이 자동으로 반영되며, 별도의 오프라인 결제 절차 없이 물건을 들고 매장을 걸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앞서 소개한 유통업계의 트렌드는 모두 고객경험(CX)에 집중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CX의 시대에 살고 있고, 소비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기업으로부터 물 흐르듯 매끄럽고, 즐거우며, 유용한 경험을 얻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리테일 기업은 경험적이고, 고객 우선적이며, 옴니채널 기반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유통 기업은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CX를 점검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