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테크는 어떻게 소비자 경험을 바꾸는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디지털 기술들이 속속 현실화하면서 리테일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리테일테크(Retail Technology)라 불리는 리테일 업계에서의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는 덕분이지요. 모바일과 끊임없이 개선되는 UX 덕분에 모든 세대가 점차 새로운 기술에 더욱 쉽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리테일 업계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브랜드에 어울리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여 마케팅에 접목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축적된 브랜드 경험에 따라 소비에 영향을 크게 받는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가장 빠른 집단 중 하나이므로, 소비의 큰 손 중 하나인 이들을 잡기 위해서 브랜드는 더 편하고,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겠죠.

아마존에서 실험적으로 선보인 무인 매장 아마존고(Amazon Go)의 경우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2018년 1월에 정식으로 오픈한 아마존고는 말 그대로 계산하기 위해 줄 설 필요 없는 매장입니다.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저스트 워크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이지요. 이것은 매장 내에 설치된 AI 카메라가 소비자와 구매 상품을 식별하여 자동으로 결제까지 완료하는 컴퓨터 비전, 딥 러닝 등의 인공지능 기술과 최첨단 센서 기술로 구현됩니다.

국내에서도 아마존고와 같은 소비자 경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신세계아이앤씨가 저스트 워크아웃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이마트24 셀프 매장을 공개한 것입니다. 자사의 간편 결제 플랫폼인 SSG페이를 등록하여 매장에 입장한 후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나가면 클라우드 POS로 구매 상품의 정보가 전송되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입니다. 이마트는 일찍이 로봇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카트 ‘일라이’를 한정 기간 동안 선보이기도 했죠. 고객을 자동으로 따라다니며 카트에 담긴 물건을 자동으로 인식해 결제까지 SSG 페이를 통해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찾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안내하기도 하고, 쇼핑이 끝난 후에는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마트는 최근, 자율주행자동차로 소비자의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 일라이고의 공개 계획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이마트의 이런 다양한 시도에는 소비자에게 더 편하고 빠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공통적인 목적이 있지요. 앞으로 쇼핑 경험이 얼마나 더 편리해질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실마리 중의 하나를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에서는 최근 알리바바(Alibaba)가 운영하는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셩(盒馬鮮生)이 초고속 배송을 실현한 리테일테크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허마셴셩은 온라인으로 수집된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물류를 구현한 O2O(Online to Offline) 슈퍼마켓입니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물건을 매장에서 직원들이 장바구니에 담아 천장의 레일을 따라 집화 현장으로 이동시켜 3km 이내의 고객 집 앞까지 30분 이내에 배송을 완료합니다. 국내의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보다 훨씬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현해낸 것이죠. 현재 중국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매장이 운영 중인데요. 허마셴셩 매장 주변은 ‘허취팡(盒區房)’으로 불리며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높은 집값이 형성되는 등의 사회적 영향까지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아마존고, 이마트, 허마셴셩은 모두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비자 데이터는 웹 상에서 고객이 방문한 웹페이지나 검색한 키워드, 구매 이력 등을 기반으로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결제 시스템을 통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의 실제 구매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데이터를 구매 패턴이나 선호 제품 분석에 활용하며, 분석 결과는 타깃 마케팅이나 매장 상품 재배치 등의 근거가 됩니다. 기존에 비슷한 목적으로 활용되던 멤버십보다 더 촘촘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욱 쾌적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재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요.

한편, 뷰티 패션 업계에서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활용하여 매장 경험을 모바일로 이식하거나 매장에서의 경험을 디지털로 확장하는 시도가 한창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소비자의 얼굴이나 신체를 인식해 가상 메이크업 또는 가상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해보고 마음에 들 경우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자 경험을 설계한 것인데요. 매출을 증대시키는 효과는 기본이고, 소비자의 선호 제품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본인에게 딱 맞는 제품을 더 재밌고 편하게 고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이라고 할 수 있죠.

reta리테일테크는 소비자의 경험을 더욱 편리하고 다채롭게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리테일이 유지되고 성장하는데에 필수 요소인 효율적인 재고 관리와 서비스/제품 기획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취급과 관련된 이슈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죠. 따라서 리테일테크 도입 시에는 개인정보 취급에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항상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