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것 이상의 경험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안야 샐린저-카슬리(Anja Salinger-Carsley)는 자신의 청각 장애를 깨닫게 된 사연과 조용했던 삶에 활기찬 소리를 얻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 안야 샐린저-카슬리가 디너 파티에 참석했을 때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야는 주변 사람들이 왜 허둥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화재 경보기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 안야에게는 늘 조용한 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교사들이 종종 관심을 끌려고 하면 그녀는 화들짝 놀라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웠으며, 중요한 정보나 숙제를 놓치는 일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세상은 원래 조용한 것이고, 그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죠.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저 혼자만 모르는 것 같았어요. 언젠가는 큰 실수를 해서 곤경에 처하겠다 싶었죠”라고 안야는 말합니다.

그러나 디너 파티의 사고를 계기로 안야는 자신의 청력에 대한 해답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알게 된 사실은 이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안야는 청력이 60%나 손실된 심각한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던 것입니다.

다양성과 포용력을 주제로 한 어도비의 연례 내부 행사인 2020년 모두를 위한 어도비 위크(Adobe For All Week 2020)에서, 안야는 그동안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오해했고 또 세상은 안야를 어떻게 오해했는지, 새로운 소리를 발견한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감동이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그녀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소감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계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직원들과 공유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도 스토리텔러처럼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저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누군가의 자녀나 부모 혹은 친구가 이유도 모른 채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또 보청기에 대한 이야기도 꼭 하고 싶었어요. 아직도 보청기를 금기시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보청기 사용이 지극히 평범한 일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죠.

왜 보청기 사용을 숨겨선 안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비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청각 장애가 시각 장애보다 더 부끄러워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안경은 보청기와 같은 개념이지만, 수 세기 전에 발명된 기술을 지금도 사용해요. 보청기가 훨씬 더 새로운 기술이죠. 우리는 획기적인 마이크로 컴퓨터를 귀에 꽂고 다니고, 기술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보청기 사용을 숨기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보청기가 청각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안경을 착용하는 것만큼이나 평범한 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매일 아침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보청기를 착용해요. 이 시끄럽고 생동감 넘치는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기 위해 말이죠. 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보청기를 주제로 블로그 글도 쓸 정도예요.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할 시간이 7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는데요. 모두를 위한 어도비 동영상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 있나요?

물론 제가 겪은 인생의 변화는 7분 안에 다 말씀드릴 수 있을 만큼 빠르지 않았죠. 서서히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에 적극적이지만, 처음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방문을 닫아걸고 울면서 보청기를 빼곤 했죠. 그때는 정말 끔찍했어요.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제 삶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저는 늘 음악을 좋아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제 귀가 들리지 않는 걸 알 수 없었죠.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이 음악을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 못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음의 높이를 들을 수 있어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작게 들릴 뿐이죠. 음악은 단순한 소리 이상이에요. 예를 들어 첼로 옆에 앉으면 바로 진동이 전해져요.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본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제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청각 장애가 제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깨달았죠.

과거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제가 청각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쯤 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사람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나온 모든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어요. 청각 장애 진단을 받은 것이 제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죠. 변화의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정체성을 숨기던 제가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거죠.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이 업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저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연락을 해주셨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죠. 최근에는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누구도 혼자라고 느껴선 안 돼요. 사람들을 돕고 포용력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

지금 저는 인생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도비에서 다양성 및 포용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제 스토리를 공유한 경험은 커리어를 확장해나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