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편집을 묻다] 예능으로 세상에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전하다 – 정철민 PD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한바탕 웃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곤 합니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멤버들 간의 케미,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연출력으로 재미와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예능 ‘식스센스’의 정철민 PD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웃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PD님의 이야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어도비 블로그 독자분들께 PD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2년 차 예능 PD 정철민입니다. 2010년 SBS에 입사한 후 <런닝맨,> <미추리>를 연출했고, 2020년에는 tvN으로 이적해 <식스센스>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능 PD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한테 이야기 들려주는 걸 좋아했어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영향으로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았는데, 집 바로 앞에 비디오 가게가 있어서 초등학생 때부터 매일 한편씩 비디오를 장르 안 가리고 대여해서 봤어요. 아마 그 당시 전국에서 비디오랑 TV 프로를 제일 많이 본 꼬맹이가 저였을 거예요. 최불암 시리즈, 공포특급 같은 책들을 달달 외워서 학교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해주면, 친구들이 그 이야기에 몰입하는 게 좋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대중문화에 관심도 많아지고 타고난(?) 유머 감각도 있는 편이어서 예능 PD가 내게 천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그 후 언론 고시 열심히 준비해서 2010년SBS 공채에 합격했어요. 그때부터 예능 PD로서의 삶이 시작됐습니다.

올여름 성황리에 막을 내린 식스센스 2, 런닝맨, 미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하셨는데 지금까지 작업하신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과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사실, PD 입장에선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프로그램이라 뭐 하나를 꼽기가 힘들지만,

우선 <런닝맨>은 ‘해외 벌칙 투어 편’에서 ‘악어 케이지’, ‘호주 윙워킹 벌칙’ 등 여러 해외 익스트림 레저를 경험해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말 고생도 많이 했고, 하는 내내 ‘이걸 왜 기획했을까’ 싶을 정도로 후회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하길 잘했구나 싶어요. 요즘은 특히 코로나로 여행이 제한되다 보니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미추리>는 매주 촬영장이 너무 즐겁고 긴장됐는데요. 정말 뜬금없이 추리 바보로 손가락질 받던 장도연씨가 천만 원을 찾았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제니, 송강 같은 미추리 막내들이 지금 너무 잘돼서 뿌듯하기도 해요.

<식스센스>는 시즌 1 마지막 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롤러코스터 버거집을 만들었는데, 촬영 2시간 전까지도 작동이 잘 안돼서 가장 진땀을 흘렸어요. 다행히, 멤버들 도착 전에 신이 도왔는지 작동이 되기 시작해서 멤버들을 무사히 속일 수 있었죠.

연출하신 프로그램 모두 멤버들 간의 찰떡같은 케미가 돋보이는데요. 실제로 식스센스에서 유재석 님과 4명의 여자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케미가 식스센스의 큰 매력이라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처럼 현장에서 출연자들 간의 케미가 시청자들에게도 잘 전달되기 위해 편집하실 때에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편집을 잘한다’는 건 뭔가를 잘 메이킹 하는 게 아니라, ‘잘 잘라내는 재주’라고 생각해요. 출연자들의 매력이 잘 드러난 부분들은 살리고 과하다 싶은 건 과감하게 자르는 식으로 편집을 하죠. 출연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방송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편집하시면서 다양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는 접근성이 좋아서 제가 학생 때 처음 접한 편집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리고 현업에 와서 여러 편집 프로그램을 쓰면서 느낀 건데 프리미어 프로는 호환성이 정말 뛰어나요.

편집하면서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이나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Adobe After effects)같은 다른 툴을 쉽고, 편리하게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PD들에게는 카메라로 찍고 나서 변환이 참 번거로운 작업이거든요. 프리미어 프로는 굳이 변환을 하지 않아도 연동되는 코덱이 많아요. 어디에서 편집을 하더라도 호환성 측면에서 자유롭죠.

콘텐츠 제작 및 편집 시 가장 어려운 작업은 무엇인가요? 이를 위해 앞으로 추가되었으면 하는 기능이 있나요?

편집은 컷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항상 작업 속도, 효율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프리미어 프로는 컷을 자르고 붙이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만족감이 높은데요. 한 화면에 동시간 여러 레이어에 있는 컷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최근 콘텐츠 유통 방식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했고 또, 변화하는 중인데요. 큰 변화를 체감할 때가 언제인가요? PD님께서는 앞으로 영상 콘텐츠나 방송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현재가 미디어 산업의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TV 매체와 모바일 매체의 주 사용자가 확연히 차이 나면서 점점 시청자 층이 세분화되고 있죠. 예를 들면, 2-30대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하트 시그널’은 시청률 2%대를 유지하지만 인터넷 속 화제성은 폭발적이기도 하고, 40-60대 시청자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가 TV 시청률은 높지만 화제성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다반사예요. 이에 따라 예전처럼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시청률 30% 이상의 예능 프로그램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세대, 어떤 시청자층을 공략할 것인가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소셜 플랫폼에서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보시나요? 어도비의 슬로건이 ‘모두를 위한 크리에이티브(Creativity for All)’인데요. 이제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들도 예능 편집 방식을 흉내 내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일반인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유행하는 편집 방식을 차용하는 등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PD님께서는 이런 환경에서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들을 많이 시청하고 재미있는 편집 방식은 가져와서 활용하기도 해요. 앞서 말했듯이, 세대적 특성이란 게 있어요. <식스센스>의 경우 젊은 친구들도 흥미롭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편집 속도와 방식은 요즘 트렌드를 많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이기에 30,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의 관심이 중요해서 소재 자체는 <VJ특공대>나 <생생 정보통>과 접점을 가지죠.

다만, 15분, 20분 정도의 콘텐츠에 맞는 호흡이 있는 것처럼 90분 이상 되는 TV에서의 편집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인 크리에이터 분들의 스피디하고 톡톡 튀는 편집들이 단시간에는 흥미롭지만 90분 내내 TV에서 본다고 생각하면 좀 피로할 거라고 봐요.

중요한 건, 그 플랫폼에 맞는 방식으로 기승전결을 잘 짜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저와 다른 플랫폼에서 짜임새 있는 편집으로 재미를 주고 있는 일반인 크리에이터 분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PD 님과 같이 대중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예능 PD를 꿈꾸는 분들께 응원과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대학생활 내내 반지하에서 라면으로 버틸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생각지는 않았는데 하루는 사정없이 멘탈이 무너지는 날이 있었어요. 그때 울면서 신께 예능 PD가 되게 해주신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빌었죠. 그런데 며칠 전,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식스센스를 보면 행복해져요.’라는 글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저도 힘들 때, TV랑 영화로 많이 위로 받았기에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더라고요. 세상에 작은 웃음이라도, 작은 어떤 메시지라도 던지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포기하지 마시고 도전하세요. 별거 아닌 얘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예능 PD 될 줄 알았거든요. 간절히 바라고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게 떳떳하게 노력하시면 꿈은 이룰 수 있습니다.

정철민 PD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식스센스> 시즌 3를 준비 중이에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숏폼 콘텐츠도 해보고 싶고, OTT 용 연애 버라이어티랑 드라마도 하고 싶어요. 사실 기획안은 다 지금 갖고 있거든요. 혼자 속으로 ‘와, 이거 대박이다’ 이러고 있는데 지금은 여유가 없네요. 어떤 장르가 됐든, 어떤 플랫폼이 됐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오래도록 제작하고 싶다라는 게 제 계획이자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