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편집을 묻다]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즐거움을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란 – KBS 2TV 박지은 PD

KBS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 촬영 현장에서 논의 중이신 박지은 PD님

수많은 TV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실 건가요? 과거에는 출연진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의 흥행이 결정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어떤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박지은 PD님과 함께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즐거움을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PD님의 소개와 함께 현재 근황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KBS 6년차 예능 PD 박지은입니다. KBS 예능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해피투게더>, <1박 2일>, <불후의 명곡>을 거쳐, 현재는 <대화의 희열3>의 첫 방송을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KBS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담당하셨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 <1박 2일> 시즌 4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첫 촬영을 하기도 전부터 프로그램에 배정된 건 처음이었거든요. <1박 2일> 멤버들이 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들을 함께했기 때문인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KBS <1박 2일> 예능 TV프로그램 중 혹한기 인재 양성소 촬영장에서 있는 박지은 PD님

출처: 박지은 PD님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인 KBS의 예능 PD를 꿈꾸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초등학생 때 방송부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회의도 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했어요. 이 경험 덕분인지 방송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는 꿈을 갖기 시작한 것 같아요. 대학생 때 미디어학을 복수 전공하고 대학 동아리에서 광고와 영상을 만들어 보면서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죠. 우연히 기회에 대학 생활 중 예능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힘들었지만 예능을 만들면서 팀원과 함께 한 재미있고 즐거운 기억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일을 업으로 삼는다면 평생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예능 PD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 예능 영상 작업을 하셨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재미있게 느껴졌나요?

- 대학교 실습 수업에서 현재 KBS 선배님으로 계신 분을 만났어요.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의 지도 하에 예능을 제작하는 과정을 짧은 기간이었지만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요. 예능을 기획하고 출연진을 섭외해 실제로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어떻게 해야 시청자에게 재미를 전달할 지 웃음짓게 할 수 있을지 팀원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어요. 예능이라는 장르 자체가 본질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보니 회의하는 과정도 즐거울 수밖에 없었죠.

예능 PD가 된 후로는 예전처럼 늘 재미있지는 않지만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능 PD로서 즐거운 부분은…편집하는 과정에서 숨은 재미를 발견하고 찾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1박 2일>같은 경우는 2-3일 동안 촬영하기 때문에 PD 한 사람이 봐야하는 촬영 영상이 굉장히 많아요.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엄선하고 또 엄선해 방송으로 나가는데요. 편집을 직접 하지 않으면 이런 숨은 재미는 찾아내기 어렵거든요. 비록 고되지만 (웃음) 이런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예능 PD로서 나름의 즐거움인 것 같아요.

2-3일 촬영이면 정말 많은 영상 소스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국내 예능 프로그램은 쉬지 않고 계속 방영되고 있는데 일정을 맞추려면 시간 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 저 같은 경우는 촬영 현장 때부터 집중해서 보는 편이에요. 처음 봤을 때 재미있었던 장면이 여러 번 봐도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 촬영할 때부터 제가 이 촬영 영상을 편집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편집자의 관점에서 촬영 현장을 바라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종종 현장에서 이 장면을 어떻게 편집할지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를 때도 많거든요. 또 편집을 할 때에도 이런 기억들이 남아있어서 편집 작업 시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영상 편집하실 때 영감을 얻는 원천이 있다면요?

- 저는 함께하는 출연자에게 ‘덕후’의 애정을 갖고 편집 작업을 하려고 노력해요. 작은 거라도 칭찬해주고 싶고 예쁘게 포장해주고 싶은 그런 마인드를 갖고 편집을 하면 출연자가 보여주는 모습을 최대한 잘 살려서 편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편집 작업하시면서 누구보다 다양한 영상 프로그램을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 예능 프로그램을 편집할 때 멀티캠으로 묶어서 카메라 40대를 동시에 보면서 편집하거든요. 그런데 영상 자체가 고화질이라서 동시에 여러 영상을 재생하면 아무리 좋은 컴퓨터여도 로딩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저화질로 먼저 편집을 마친 후에 최종본에 맞춰서 고화질로 다시 변환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어요. 그런데 이 변환 과정에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자리에서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고화질로 최종본을 수정하려고 하면 컴퓨터가 속된 말로 먹통이 되는 경우도 많았죠.

https://www.youtube.com/watch?v=wZIfHcVuvE8&t=580s

출처: KBS 한국방송 유튜브

그런데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를 사용하니 멀티캠 편집을 할 때 버튼만 누르면 저화질과 고화질 영상을 넘나들면서 확인할 수 있어서 편집할 때 이전보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포함된 툴은 호환이 매우 잘 되기 때문에 영상 작업뿐만 아니라 썸네일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해야 할 때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가 다루기 편할 것 같아요.

영상을 편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 예능 PD이지만 영상을 편집할 때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기 보다 그것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정말 재미있더라도 앞뒤 맥락 없이 웃기는 장면을 이어 붙인다고 시청자분들이 재미를 느끼지 않거든요. 또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출연자의 말과 얼굴, 표정, 몸짓도 봐야 하고 자막이나 효과음, 배경, 음악 등 시청자분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정보의 양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재미’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면 시청자분들이 제가 느낀 ‘재미’를 함께 느끼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편집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유튜브의 인기 콘텐츠를 보면 ‘재미’를 이해할 수 있는 탄탄한 짜임새가 공통점인 것 같아요. 최근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 채널을 통해 영상 콘텐츠 소비가 더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박지은 PD님께서는 최근 이런 콘텐츠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유튜브 영상을 보면 방송과 다르게 편집 속도도 빠르고 자극적인 표현들도 많아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방송 편집은 각종 규제나 심의의 제약도 많고, TV 매체가 갖고 있는 영향력 때문에 표현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고, 직설적이고, 주제에 한계가 없는 유튜브 콘텐츠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브의 주 시청자는 2-30대가 많았는데, 요즘은 50-60대 분들도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시더라고요.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TV 방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처럼 새로운 영상 플랫폼을 다룰 수 있는 편집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방송 중에서 재미있는 장면만 잘라서 유튜브에서 다시 유통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편집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시나요?

-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클 것 같아요.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방송 제작 과정부터 유튜브나 2차 콘텐츠 생산까지 고려하는 팀도 있고, 아닌 팀도 있어요. 아직까지는 제작진들 사이에 ‘일단 방송부터 잘 만들자’라는 생각이 더욱 만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방송국들이 유튜브 콘텐츠 유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맞아요. 저희 KBS 예능센터의 경우도 예능센터 내에 ‘스튜디오 K’라는 조직을 신설해, 예능PD들이 <구라철>, <인싸갑>등의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고요. 콘텐츠 아카이브 부서에서도 옛날 옛적 추억의 방송들을 유튜브 상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KBS 뿐만 아니라 타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여러 유튜브 채널들을 운영하고 있고요.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상 콘텐츠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 주니어 PD로서 지금 미래의 시청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TV에서 PC, 이제는 모바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5~10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각광받더니 최근에는 심지어 틱톡 같은 15초짜리 짧은 숏폼 콘텐츠마저 사랑받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 시간 이상의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숏폼 콘텐츠를 마냥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방송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양질의 롱폼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방송국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지 않을까요? 저 또한 KBS 예능 PD로서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나아갈 거예요. (웃음)

마지막으로 박지은 PD님과 같은 방송 PD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 사실 예능 PD가 밤을 세우는 일은 부지기수고…정말 추울 때 제일 추운 곳을 찾아 다니고 폭염에는 제일 더운 곳을 찾아다니는 극한 직업 중 하나예요. 그래서 정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아요. 하지만 딱 한 번이라도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서 만든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면 예능 PD만큼 멋진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콘텐츠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 그 성취감은 이 모든 힘든 과정을 다 잊게 만드는 것 같아요. 힘든 기억들은 작은 해프닝으로 여길 정도로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을 공들여 만들어 보고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