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가 묻다] 3D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단 한 점의 의자– 머디캡(muddycap) 작가
2021년, 세계 최대의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최초로 NFT 경매를 통해 가구 컬렉션을 판매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메타버스에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가상의 집, 가상의 예술작품, 그리고 가상의 가구까지, 이제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는 버추얼 시대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니크한 디자인의 ‘3D 의자’를 선보이고 있는 머디캡 작가는 이런 미래를 더욱 실감케 합니다. 독특한 상상력이 날것으로 폭발하는 듯한 그의 작품들은 멀게만 느껴지는 디자인 체어에 대한 갈망을 다소나마 충족시켜주기도 하지요. 가상의 공간 속에서 자유로운 디자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머디캡 작가에게 작업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져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muddycap 님😊 어도비 블로그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의자의 기능을 가진 오브제를 3D 그래픽으로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는 ‘머디캡(muddycap)’이라고 합니다.
혹시 지금의 작업 이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지금 같은 ‘가상의 의자’ 디자인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가구의 많은 종류 중 왜 ‘의자’였나요?
저는 평범한 미대생이었고, 학교에서 해야 하는 실물 작업들과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이 달랐던 게 어찌 보면 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실물 작업을 할 때는 비용, 시간, 시행착오 등 제약이 많은 반면, 3D 작업의 경우 프로그램과 노트북만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때부터 평소 만들고 싶던 것들을 기억해 놓고, 하나둘씩 가상세계에서 만들어 보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특별히 의자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뭘 만들어야 나도 재미있고, 사람들의 주목도 받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의자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생활 속에서 사람이 깨어 있는 시간에는 보통 서있거나 앉아 있게 되죠. 앉아 있는 시간에 늘 함께 하는 게 의자더라고요. 그만큼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의자는 시트, 등받이, 다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른 사물보다 더 재미있게 풀 디자인 요소들이 충분했고요. 정말 매력적인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Adobe Creative Cloud) 제품 중 즐겨 사용하시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3D 렌더링 작업이 끝나고 2D 디지털 이미지가 되었을 때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으로 마무리 보정을 합니다. 보통 색감이나 밝기 등을 손보고, 가끔은 렌더링 전에 실수했던 부분들을 고치곤 해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포토샵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죠.
작가님의 작업 중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부분은 무엇일까요? 점점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가 혼재되어 가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창작’이란 늘 누군가 대체해 줄 수 없으며 시간이 요구되는 상당히 수공적인 성격을 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 중 가장 아날로그적인 부분은 ‘만드는 이유’ 그 자체가 아닐까 해요. 현실보다 제약이 없어서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만, 제가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었던 것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작업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말씀하셨듯이 ‘baramgieok이라는 작품은 실제로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디지털 이미지’로서의 작업이 작가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인지, 혹은 언제든 제작 여건이 갖춰진다면, 실생활의 오브제로 만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제작할 계획이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크게 방향성을 생각하고 작업하진 않았어요. 더 많이 경험해 보고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해왔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약이 없는 디지털 작업이다 보니, 그동안 만들어 보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왔고요. 제작 여건이 갖춰진다면 천천히 실물로도 바꿔볼 생각입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현실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로 먼저 구현한 것이지요. 새롭게 제작할 작품은 현재 구상 중으로, 아마도 스툴의 기능을 가진 오브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 만들었던 실물 작업처럼 유리섬유 강화 수지로 만들게 될 확률이 크고요.
작가님 작업의 가장 놀라운 점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유니크한 디자인이 ‘폭발’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작품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어디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지가 궁금합니다.
현대사회는 하루하루 정말 빠르게 변하니까 저도 맞춰가려고 했어요. 가볍게 생각나는 것들을 바로바로 작업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아무래도 독특하고 자유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작업의 영감은 주로 일상 속에서 찾는 편이에요.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침대에 눕기까지, 생활 속에서 적어도 하루에 수천 개의 형태들을 마주하잖아요? 저는 그 모든 것에 하나라도 특징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형태들을 최대한 많이 보고 기억하려고 해요. 색감이나 재질에 있어서는 잡지나 평소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즐겨보는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일단,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려는 편입니다.
작품에서 ‘멤피스 디자인 그룹’ ‘바우하우스’ ‘팝아트’ 같은 예술과 디자인 사조들이 자유롭게 뒤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혹시 디자인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기나 사조, 혹은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예술가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평소 멤피스 디자인 그룹이나 바우하우스도 참 좋아합니다. 다양하게 보면서 영향도 많이 받았고요. 그렇지만,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시기를 꼽자면 90년대예요. 90년대 가구, 홈 데코와 인테리어들을 많이 찾아보며 배우고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과도기였던 만큼 과감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시기였던 것 같고요. 특히 그 시기의 디자인이 가진 다양한 색감과 형태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좋아하는 예술가는, 장르는 다르지만 뮤지션인 ‘커트 코베인’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 한두 점,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작년에 실물로 만들었던 ‘baramgieok’에도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에도 현대의 아이코닉한 5가지의 의자들을 저만의 스타일로 오마주하고 재해석한 'project: homage'를 꼽고 싶습니다. 스스로 기획하고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이런 공부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작품의 판매 경로도 궁금합니다. NFT를 메인 마켓으로 생각하시나요? 혹은 작가님의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고 알릴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아직 본격적으로 판매를 해보지 않았어요. NFT 시장도 한번 경험해 본 게 전부입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작품 구매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이전까지는 제가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서 판매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판매용 작업을 따로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실물로 먼저 시작하려고 생각 중인데, NFT 시장도 재미있는 마켓이고 제가 하는 3D 작업들에 적합하기도 한 시장이라서 일단은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 두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엔 ‘MORPHING’이라는 작품의 에피소드 프리뷰 영상을 올리셨는데요. 어떤 작업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MORPHING' 은 말 그대로 제가 만든 의자가 다른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나타낸 영상이에요. 지금까지는 그저 하나의 완성된 오브제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한 번씩 다양한 효과들을 추가해서 만들어보려 해요. 3D, 가상공간에서 작업을 할 때는 현실에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장점들을 더 살려보려고요. 시대도 계속 변하고 주변에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서, 저도 더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스트리트 컬쳐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콜렉팅하고 계시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최근까지는 나이키 신발들을 콜렉팅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나 외국 가수들, 농구선수들이 멋진 신발을 신는 것을 보고 저도 신발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나이키에 빠져서 오직 나이키만 좋아했고 모았었어요. 현재는 자주 신는 것들 빼고 어느 정도 다 정리를 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LP를 조금 모으게 됐는데, 쉽게 스트리밍 하는 것과 달리 듣고 싶은 음악이 담긴 판을 실물로 소유하니, 음악을 듣던 그 당시 상황들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해외의 유명 디자인 매체나 인플루언서 등에 의해 많이 소개되셨는데요.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된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응원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다양한 협업이나 작업 제의도 있으실 듯합니다. 앞으로 진행하게 될 재미있는 프로젝트, 계획이 있다면요?
운이 좋게도 해외에서 큐레이팅 하시는 분들이 제 작업을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컨템포러리 디자인 큐레이션 플랫폼인 ‘sayhito’ ‘Visual Atelier 8’ ‘highsnobiety’ 등 의자와 가구, 오브제 등 다양한 분야들을 다루는 분들이 직접 제 작업들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 주셨습니다. 제 작업을 여러 곳에서 좋아해 주시니 정말 감사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버질 아블로의 작업들을 많이 좋아했고 영감을 받았었는데요. 그런 버질의 인스타그램에 제 작업이 올라갔던 것을 보고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 지 곧 2년이 되어가는데요. 지금까지는 천천히 경험을 쌓아왔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제 작업을 알리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2022년에는 주변에서 항상 도와주시는 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