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과 조합으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는 그래픽 디자이너 채병록

채병록 디자이너는 자신을 ‘한국적인 그래픽을 만들려고 고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소개합니다.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섬세하고 독창적인 그래픽을 선보이는 그를 어도비 가 만났습니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에서 선보인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에 선보인 작품과 그의 대표 작업에 대한 이야기,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그래픽의 가치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는 이유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채병록 디자이너님!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채병록입니다. 저는 ‘CBR Graphic’이라는 소규모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 표현을 통해서 대학에서는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다양한 단체, 기관들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업과 최근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채병록, ‹만복호도(萬福虎圖)›, 2022

‘복’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장식적인 문자, 문자가 될 수도 있고 민화의 한 파트일 수도 있는데, 복을 주고 축하해 준다는 긍정적인 길상 문자의 의미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12간지라든지 우리의 띠, 사상, 풍습, 절기와 같은 한국적인 요소와 결부하여 작업들을 해오고 있는데 그게 저의 가장 대표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채병록, ‹문방청완文房淸玩 만첩구성도萬疊構成圖›, 2021

‘우란문화재단’ <물아일체>라는 책가도 관련된 전시의 그래픽 파트 작가로 참여를 하게 됐어요. 실질적으로 예전에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과 함께 저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표현했는데 의미 있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잘 표현이 됐었던 작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과거와 달리 그래픽 작업에서 더 중요해진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래픽 분야라는 것이 결국 궁극적으로 데이터화가 되지 않으면 구현이 안 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데이터화’라는 것은 어렸을 때 스케치북이라든지 연습장을 꺼내서 연필로 끄적대는 그림이 아니라는 거죠. 그것은 종이와 행위로서 끝날 수 있지만 데이터라는 것은 무궁무진하게 카피될 수도 있고 다른 것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중요한 개념인 것 같아요. 데이터화가 된다는 것에 있어서 어도비의 프로그램은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해왔었고요 디자이너들이 같이 성장을 해 온 것 같습니다.

평소에 그래픽 작업을 할 때 특별히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시는지 궁금해요.

‘시각적 비틀기’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시각적 비틀기’라는 것을 실질적인 도구의 관점에서 보고 얘기를 한다면 많은 레이어들이 있어요. 이번에 현대미술관에서 했던 전시회도 쌓이고 겹쳐져 있는 것들의 이야기인데요. 이게 시간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쌓여져간다’라는 개념에 따라서 보이는 평면이 단순한 평면이더라도 그렇지 않게 보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다양한 레이어를 사용하고, 색에 대한 관점을 도입합니다. 색의 체계에 있어서 겹쳐졌을 때의 면분할을 패스파인더로 어떻게 깰 건지, 붙일지 고민을 많이 하죠.

그런데 레이어가 많으면 포인트가 많아지는 것처럼 데이터는 무거워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면 비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많은 레이어를 쓰지만 최대한 가벼워질 수 있도록 정리를 하는 과정을 거쳐요. 왜냐하면 레이어가 가벼워져야 다음 단계에서도 비틀기가 되거든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 이펙트 중에 모양이라는 창을 보면 효과가 어떻게 쌓였는지 기록이 되고 아카이빙 돼요. 이 순서를 바꿔 보기도 하고 아니면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으로 이동해 한번 눌러주고 다시 작업을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용량과 무게와 작업 속도를 고려하고 얼마큼 겹겹이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래픽 작업을 할 때 어도비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주로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에 그래픽은 가상이에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가상에서 어떻게 보여주냐는 거죠. 근데 가상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사진이라는 게 있고 3D라는 게 있고 인간에게는 시각적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주기를 바라거든요. 상상력을 부여받는 순간 굉장히 몰입도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그래픽에 가장 중요한 목적점이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제가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를 고집하는 이유는 2D와 3D의 중간지점을 얘기하고 싶어서예요. 다른 3D 프로그램을 써도 되고 움직이는 속도감을 보여주거나 흐름을 얘기해 주기 위해서는 모션 작업을 해주면 되는데 “그게 그렇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지 않나?” 되물어보는 지점인 거죠. 이런 부분들을 통해 시각적 재미요소를 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도비에서 제공하는 툴의 요소들을 그대로 쓰는 것보다는 제가 연주자처럼 얼마큼 변주를 하느냐가 큰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이제 누구나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은데요. ‘크리에이티브’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크리에이티브를 할 때 없는 것을 창출해 내고 생성해낸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시대는 그런 것들을 피해서 만들어내는 게 크리에이티브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을 가지고 온다든지 지금의 경향을 반대로 바라본다든지.

크리에이티브를 꼭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마세요. 제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또는 크리에이터)는 것은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시각적 요소를 얼마큼 조합하고 또 그것을 찾아내는 탐색가 같은 역할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어도비는 어떤 의미인가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게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그런 것들이 생겨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조합의 시대인 것 같아요.

다양한 어도비 툴이 점점 더 교차화되고 하나의 공통적인 지향점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는) 그 나름대로의 개성과 특성이 있게 조리 있게 구성하면서 만들어내는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도비의 다양한 툴들은 저와 같은 표현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도구이자 동반자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