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란 주인공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북디자이너 석윤이

매력적인 표지에 이끌려 책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나요? 표지 디자인은 책의 얼굴이라고 부를 정도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표지 디자인의 그 매력에 이끌려 독자는 책을 사기도 하죠. 오늘은 작가에 대한 깊고 섬세한 관찰을 바탕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책의 형태로 만들고 책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석윤이 북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책 한 권에 담긴 이야기를 한 장의 표지로 풀어내는 북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를 어도비가 들여다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석윤이 디자이너님!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이너 석윤이입니다. 열린책들, 미메시스라는 출판사에서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일을 해왔어요. 지금은 모스그래픽(mohsgraphic)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대표적인 작업들을 소개해주세요.

열린책들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블루 컬렉션이라는 책 시리즈였어요. 프랑스 현대문학을 여덟 권으로 모아서 세트로 출판한 책이에요.

독립한 이후에는 애플의 두 번째 매장인 여의도 매장의 로고를 디자인했습니다. 그 밖에 모스(mohs)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다양한 문구류부터 리빙 영역의 디자인 제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작업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을 할 때 평면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항상 입체로 보고 모든 면을 생각하려고 해요. 책은 텍스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제가 마음대로 창의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항상 텍스트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먼저 텍스트를 이해하려고 해요. 그리고 저자의 삶과 배경 같은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북디자이너로서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사람의 색을 뭘로 표현하지?’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단순히 원고 하나만 가지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다 관찰한 다음 ‘조금 더 색다른 포인트를 뽑아낼 순 없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저한테는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어도비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주로 어도비 인디자인(Adobe Indesign),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 세 가지 툴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인디자인을 작업의 80~90% 정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벡터용 이미지 작업을 하고, 포토샵에서 사진 작업을 한 다음에 인디자인으로 불러와서 최종 편집이나 마무리 작업을 해요. 인디자인이 텍스트를 다루는 작업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어서 인디자인의 편집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굉장히 부드럽게 정리가 잘 됩니다. 그린 그림을 그대로 인디자인에서 불러들이면 그 벡터가 살아있죠. 벡터를 가지고 다시 그 안에서 조합을 하고, 색상을 바꾸고, 미세하게 라인이나 곡선을 변경해 인디자인에서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토샵에서는 그 자체에서 비트맵으로 전환해 불러들인 후 인디자인에서 색상을 조합합니다. 그리고 책을 만들 때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키지 디자인이라든지 그래픽 관련된 모든 작업을 주로 인디자인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어도비 프로그램을 다루어서 각별한 느낌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자기랑 맞는 프로그램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보통 인디자인의 모든 기능을 동원해서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는데요. 항상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 같아요. 모니터가 캔버스가 되고 새 문서를 열었을 때 그게 저한테는 종이 같은 거죠. 거기에 제가 쓰고 싶은 모든 색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RGB, CMYK, Pantone 모든 컬러가 있어서 무한한 잉크 혹은 물감 같다고 생각을 해요.

북디자인의 매력과 북디자인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북디자인의 매력은 ‘나 자신이 혼자 텍스트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제본이라든지 특수한 제작 방식의 디자인들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종이를 오랜 시간 다루다 보니까 종이에 관련된 제품들이나 친환경 제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른 디자인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좀 더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좋은 프로그램, 제작처, 재료들이 이미 다 있는 것 같아요. 그걸 가지고 본인이 생각한 것을 어떻게 가장 잘 표현해내는 지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나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