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가진 색깔을 하나의 이미지로 구현하는 뮤직비디오 감독, 손승희

오늘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은 K-pop을 즐기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가수의 신곡이 발매되면 ‘OO뮤비 해석’ 등 뮤직비디오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티스트는 뮤직비디오에 음악을 통해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는데요. 이를 직관적인 영상으로 표현해주는 역할은 바로 제작자입니다. 그렇다면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뮤직비디오는 이 제작자의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잘 발휘된 작품이겠죠?

이번 <어도비가 묻다>에서는 최근 아이들(G-Idle)의 <NXDE>, <TOMBOY>등 높은 뷰 수를 기록하며 뮤직비디오 산업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하이퀄리티피쉬(HIGHQUALITYFISH)팀의 손승희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우선 자기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뮤직비디오 프로덕션 하이퀄리티피쉬(HIGHQUALITYFISH)의 손승희입니다. K-pop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습니다.

K팝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대표적인 작업은 무엇이고,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진행하셨나요?

올해 초 태연의 <INVU>, (여자)아이들의 <TOMBOY>를 만들었고, 최근에 (여자)아이들과 <TOMBOY> 이후 두 번째 뮤직비디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즐거워요. 팀의 리더인 전소연 씨가 아티스트로서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와 이미지가 분명합니다. 소연 씨는 직접 곡을 프로듀싱 하고 앨범 디렉팅을 할 정도로 열정적입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이번에도 촬영 전까지 회의를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작자의 창작 영역을 철저히 존중해줍니다. 제작자와 아티스트가 시너지를 발휘할 때 좋은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여자)아이들과 함께 작업할 때 그런 좋은 기분을 느낍니다.

감독으로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아티스트가 앨범으로 보여주려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신경 씁니다. 이제 앨범을 단순히 귀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로 보고 듣고 같이 참여하며 즐기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는 음악이 가진 색깔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런 관점에서 영상미가 뛰어나도 음악을 느낄 수 없다면 뮤직비디오로는 부족하다 생각하고 지양합니다. 음악을 듣고 떠올린 색깔, 텍스처를 촬영 세트와 의상에 반영하고 가사에 맞는 시퀀스로 콘티를 짭니다.

그러한 중요한 작업에 대해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그 관점에서 K팝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한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뮤직비디오 작업에서 제 강점은, 컨셉과 색깔이 뚜렷하게 기억 남는다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음악을 들으면, 뮤 비 속 어떤 이미지로 기억이 남아’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스로 잘했구나 싶습니다. K-pop 뮤직비디오는 3분 안에 담아야 할 씬(Scene)이 많습니다. 멋진 코레오그래피(안무), 아티스트 이미지, 그룹의 세계관 같이 다른 비디오 장르와 비교하면 꽤 집약적인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마치 요리사가 요리하듯이, 여러 가지 재료가 따로 놀지 않고 잘 어우러진 하나의 맛으로 기억되게 하는 레시피가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한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도비는 최고의 요리 도구 같습니다. 비싸고 좋은 식재료가 있더라도 다듬는 칼, 끓일 냄비가 없다면 요리를 완성할 수 없듯이, 어도비는 전문가들이 가장 아끼고 의지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과정에서 어도비 프로그램이 어떤 도움을 주나요?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난 후 한 편의 영상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어도비 프로그램과 함께 합니다. 뮤직비디오 편집부터 2D 후반작업까지 보통 직접 합니다. 우선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로 비디오와 오디오 싱크를 맞추고 컷편집을 합니다. 컷편집은 최대한 심플하게, 플러그인이나 이펙트 사용을 자제합니다. 어도비가 프로그램끼리 연동성이 빠르고 안정적이라서 효과적인 트랜지션과 이펙트를 줄 때는 시퀀스를 애프터 이펙트에 가져와서 작업합니다.

뮤직비디오에서 점점 비주얼 이펙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로 작업하는 시간도 많습니다. 영상은 이미지와 다르게 1초 동안 24장의 프레임이 존재해서 편집 작업이 훨씬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애프터 이펙트가 직관적이고 기능도 다양하고 원하는 대로 비주얼 효과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서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K팝 뮤직비디오’와 그 영상을 제작하는 ‘K팝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는 직업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K-pop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면, 태연의 <INVU>에서 표현한 아르테미스 신화 콘셉트나 키의 <Gasoline>에서 보인 히바로 콘셉트를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선 연출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고, 장르적으로 수요가 다르니까요. K-pop 뮤직비디오는 창작의 자유도가 여타 다른 장르에 비해 높습니다.

또 하나는 세계적인 관심과 피드백입니다. 굳이 해외 수출이나 배급을 하지 않더라도 유튜브로 전 세계 사람들이 K-pop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영상을 보는 리액션 비디오가 만들어지고 패러디한 영상들을 보면 어떤 사명감마저 느낍니다.

지금의 K-pop 뮤직비디오 유행이 한철로 끝나지 않으려면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창작자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크리에이티브를 펼칠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고, 창작의 한계를 느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게 많았습니다. 초등학생 땐 만화가게 사장이 꿈이었고, 중학생 땐 화가가 되려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예고에서 미술보다 영화에 빠져 하루 1편씩 영화를 보며 영상을 만들겠다 결심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음악에 빠졌습니다. 돌이켜보니 제 영감의 원천은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작의 한계를 느낄 때,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던 순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려고 노력합니다.

기술 발달로 누구나 크리에이터에 도전할 수 있는 지금, ‘크리에이티브’ 작업 또는 ‘K팝 뮤직비디오 감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지금은 누구나 크리에이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도전의 길을 함께 걸어갈 든든한 동료가 필요합니다. 저희 하이퀄리티피쉬에도 저 말고 다른 감독님들, CG팀, 제작팀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뮤직비디오는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능력을 모아야 하는 팀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어도비의 슬로건인 ‘모두를 위한 크리에이티브(Creativity for All)’는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함께 바라본다는 데에서 더 큰 의미가 완성된다고 믿습니다.